2013년 통권 제11호
일반논문
음악 창작의 딜레마, 표절과 순수창작
김평수
한국대중음악학회, 대중음악 11, 2013.5, 10-32 (23 pages)
초록
인간은 언어와 문자는 물론 타민족의 문물에 대한 공공연한 모방(imitation)과 복제(copy)를 통해서 문화를 발전시켜왔다. 인간의 모방 능력과 모방을 통한 변용 활동이 인류의 지속 성장을 가능케 했다는 것은 역사적·생물학적으로 인정받는 내용이다. 존 로크(John Locke)가 지적 생산물에 대한 소유 개념을 정립한 이후 그것은 오늘날까지도 자본주의 소유권 이론의 근원이 되었다. 이는 산업적 생산 활동뿐만 아니라 예술적 생산 활동에까지 영향을 미친다. 결과적으로 오늘날은 비용 없이 음악 창작물을 창작하거나 변용하기 어려운 시대가 되었다. 개인의 상상을 통해 표현되는 음악 창작물은 외부 요소의 영향으로부터 완벽하게 자유로운 ‘순수창작’일 수 있는 가능성은 거의 없다. 그럼에도 우리가 사는 세계는 마치 순수창작물과 모방물이 따로 존재하는 듯한 이데올로기를 만들어내고 있으며 저작권을 순수창작에 대한 대가로 치환함으로써 창작계급의 권력적 지위를 만들어가고 있다. 순수창작과 표절의 극단적인 이분법은 음악이 ‘산업화’되는 과정에서 산업자본을 보호하기 위해 만들어진 이데올로기다. 표절 소송 등을 통해 끊임없이 원본성을 가리는 일련의 행위는 창작자 간 창작계급의 서열을 만들어가는 과정이며, 창작자-창작자, 창작자-이용자의 먹이사슬의 구조를 반영구화하는 과정임을 음악산업 구조 분석을 통해 확인할 수 있다.
한국 대중가요사의 동력과 세대 간 양식·취향 갈등
이영미
한국대중음악학회, 대중음악 11, 2013.5, 33-69 (37 pages)
초록
이 글은 우리나라 대중가요사의 흐름을 당대에 주도했던 양식의 변화로 굵직굵직하게 훑어보면서, 세대 간의 양식·취향 갈등의 양상이 대중가요사 각시기의 변화를 어떤 방식으로 추동해왔는가를 살펴보고자 한다.
결론부터 이야기하자면 이러하다. 1920년대 후반부터 시작된 한국인(조선인)에 의해 작사·작곡되어 대중매체를 통해 대중가요 시장에서 유통된 대중가요의 흐름은 여러 시기로 구분이 가능하다. 그중 기존의 음악과 이질적인 새로운 양식이 솟아오르며 젊은 세대와 중·장년 세대의 취향 갈등을 수반하는 시기가 있는가 하면, 비교적 여러 세대가 함께 공감하며 음악의 기량 발전과 안정감이 상승하는 시기가 있다고 보인다. 후자가 여러 세대를 아우르는 넓은 공감과 기량 발전이 돋보인다면, 전자는 처음 시도하는 파격적인 음악 관습이 급격히 솟아오름으로써 새로움과 참신함에서 비롯한 불안정함을 지니는 시기라고 보인다. 대중가요 양식의 혁명적이고 단층적인 변화는 전자의 시기에 이루어지고, 이 성과를 바탕으로 다소 개혁적인 수준의 발전이 이루어지는 시기가 후자의 시기라고 할 수 있다.
한국 대중가요사에서 젊은 세대가 주도하는 새로운 취향의 음악이 기성세대의 취향과 충돌하면서 급격히 상승했던 시기는, 1930년대·1970년대·1990년대라고 보인다. 이 시기는 각각 식민지 세대, 전후 세대, 산업화 이후 세대가 청소년기에 도달했던 시기로, 1930년대의 트로트, 1970년대의 포크, 1990년대의 댄스뮤직과 얼터너티브 록은 모두 이전 세대의 취향과 갈등을 빚었다. 이에 비해 1960년대, 1980년대는 새로운 음악 경향이 나타났음에도 이전 시기의 경향과 결합하는 등, 세대 간 취향 갈등이 상대적으로 적게 나타나는 시대였다.
‘음악하기’로서의 사이버 취향 공동체의 글쓰기
조일동
한국대중음악학회, 대중음악 11, 2013.5, 70-108 (39 pages)
초록
이 글의 목적은 사이버 공동체에서 음악에 대해 글을 쓰고 읽는 행위의 의미를 ‘음악하기(musicking)’의 측면에서 다시 생각해보는 것이다. 디지털 시대에 인터넷에는 수많은 음악이 존재한다. 예술상인들은 음원 사이트의 순위등을 통해 대중음악 예술장(場, field) 안에서 특정 음악이 대중에게 널리 알려지고 인정받을 수 있도록 권력을 행사한다. 그러나 모든 사람이 언제나 예술장의 논리에 따라 음악을 선택하는 것은 아니다. 개중에는 예술상인이 권위를 가진 장의 변두리나 밖에 위치하는 음악을 선택하는 이들도 있다. 자신이 선택한 취향의 다름을 지지받고 싶어 하는 이들이 사이버 공간에서 조우하며 새로운 취향의 공동체가 만들어진다. 이곳에서 다른 음악 취향이나 태도를 밝히는 글을 쓰는 것은 개인의 음악적 취향을 드러내는 것뿐 아니라 글을 통해 자신의 음악적 정체성을 구성하는 행위이기도 하다. 사이버 공간에서 흥미로운 것은 인터넷의 차고 넘치는 음악 관련 자료 중에서 자신의 취향, 태도, 성격과 부합하는 글을 찾는 행위에도 글을 쓰는 것 못지않은 능동성이 필요하다는 데 있다. 이러한 노력이 모여진 공간으로서의 사이버 취향 공동체는 다른 취향을 가진 타자로서의 자신을 인정받는 중요한 취향의 준거집단이 된다. 이곳에서 벌어지는 음악과 관련한 행위는 모두 특정한 음악을 듣고 말하는 관계의 조합 속에서 시작하여 확장, 진행된다. 사이버 공간에서 예술장 변두리의 음악을 찾아 이야기하는 행위는 음악을 직접 행하는 것 못지않은 능동적이고 사회적인 실천, 즉 ‘음악하기’라 할 수 있다.
한국 대중음악의 해외진출 현황과 과제
정일서
한국대중음악학회, 대중음악 11, 2013.5, 109-168 (60 pages)
초록
이 글은 2011년 하반기를 기점으로 아시아를 넘어 전 세계로 영향력을 확장하기 시작한 K-Pop의 해외진출 현황을 객관적으로 살펴보고 그 지속 가능성을 타진하는 한편, 향후 지속 가능한 확장과 발전을 위해 주의할 점과 필요한 과제를 제시하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이를 위해 과거 영화와 드라마에서 시작되어 음악으로 이어져온 한류, 한국 대중문화의 해외진출 양상을 시대별·사례별로 정리하였다. 특히 음악 분야는 다양한 사례를 시대별로 구체적으로 제시하였다. 현행 K-Pop의 세계적인 강세가 상당히 강고하고 의미 있는 수준에서 형성되고 있음에도 취약한 국내 대중음악의 환경과 K-Pop의 장르적 획일성, 대형 기획사 위주의 협소한 흐름 등 긍정적인 전망을 위협하는 여러 한계점과 위협 요소가 상존하는 것 또한 엄연한 현실이다. 이 글은 그러한 요소를 최대한 냉정하고 객관적인 관점에서 파악함으로써 강점은 계승하고 약점은 극복해 더 큰 발전을 이루기 위한 방안을 찾고자 노력하였다. 또한 아이돌 그룹 위주의 댄스 팝을 지칭하는 용어로 축소된 K-Pop을 넘어 한국 대중음악 전반의 건강한 발전과 그를 토대로 한 해외진출이 필요하다는 것과, 원래의 ‘한류’가 갖는 ‘한국적인 것’이라는 의미를 상실한 지금의 K-Pop 논의가 갖는 부정적 측면을 지적해 산업적 차원이 아닌 문화적 차원에서 한국적인것의 세계적인 전파와 나눔이 필요하다는 사실을 다시 한 번 확인하고 강조하고자 한다.
특별기고